[이강재의 임상8체질] 처방의 발굴과 검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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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의 임상8체질] 처방의 발굴과 검증
  • 승인 2024.03.16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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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재

이강재

mjmedi@mjmedi.com


8체질의학 질문과 대답 ②

누가 이렇게 물어온다. “8체질의학의 역사 속에 남아 있는 체질침 고단방들은 모두 유효한가?” 그리고 덧붙인다. “그 처방을 모두 믿어도 되는가?”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과연 어떤 고단방 자료들이 있는지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자료들을 누가 기록하고 전했는지, 또 권도원 선생 이외에 체질침 고단방을 만들고 그런 처방자료를 남길 만한 사람이 있었는지도 알아볼 필요가 있다. 질문에 답변 삼아서 내가 그동안 수집했던 체질침 고단방 자료의 흐름을 정리하고, 그 과정에서 의미 있는 역할을 했던 인물들을 소개해 보려고 한다.

 

Dr. Lage U. Kim, N.D.

Dr. Kim1940년대에 한국에서 태어났다. 그의 한국이름은 모른다. 아마도 U가 그 약어가 아닐까. 그는 사업을 하다가 실패했고 이혼을 했으며 큰 병을 얻었다. 권도원 선생을 만나 질병을 치료한 후에 8체질의학에 감화되어, (아마도) 1980년을 전후해서 권도원 선생에게서 체질침을 배웠다. 그리고 미국으로 가서 아이다호(Idaho)에서 임상을 하면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지역사회에서도 신망이 두터웠다고 하는데 1990년대 초중반에 교통사고를 당하여 사망했다.1) 그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199311월에 미국에 갔던 John Baik을 만났고 그에게 자신의 임상경험을 정리한 자료를 전달했을 거라고 추정한다. 이것을 [Dr. Lage U. Kim, N.D. 자료]라고 하자.

 

이명복

이명복2) 선생은 1955년부터 1979년까지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해부학 교수로 재직했다. 1968년에 고질적인 만성위장병을 치료하기 위해서 권도원 선생과 처음 만난 후에 1970년에 놀라운 효과를 경험했다. 그런 후에 자청하여 권도원 선생의 제자가 되었고 진료실에서 어깨 너머로 체질침을 배웠다. 1970년에 창립한 한국체질침학회의 고문을 맡기도 했고, 권도원 선생과 소원해진 이후에는 한국자연건강회에서 주로 활동했다. 더 높은 수준의 체질침 처방 자료를 얻으려고 1991년에 아이다호로 Dr. Kim을 찾아가서 그에게서 체질침 고단방을 배운다. 그것을 1993420일에 발간된 한국자연건강의학회지』 〈1에 싣는다. 체질의학 식사법과 치료법에 들어간 [팔상체질침법의 최신 치료법의 일람표]이다. 이 고단방 자료들은 [Dr. Lage U. Kim, N.D. 자료]에 그대로 수록되어 있다. 그래서 John Baik이 보관했던 그 자료(secret1.hwp)Dr. Kim의 자료라고 추정했던 것이다.

선생이 199378일에 대광출판사를 통해서 펴낸 체질을 알면 건강이 보인다는 권도원과 체질침을 대중에게 알리는데 큰 역할을 했다.

 

배철환

배철환 원장은 경희한의대 79학번3)이다. 경희대학교 한방병원에서 인턴을 하던 시절에, 레지던트 선배가 염태환식 체질침을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것을 소개해 주었다. 그래서 체질에 대한 관심이 생겼고 평소에 친하게 지내던 김상훈에게 함께 공부해 보자고 권유를 했다. 찾아가려고 알아보니 염태환 선생4)은 미국에 있었다. 수소문해서 그 분의 동생인 염동환5) 원장을 찾아 강릉에 가서 공부할 것을 청하고 배웠다. 그러다가 권도원 선생을 알게 된다.

배철환 팀이 권도원 선생을 처음 만난 때는 아마도 19926월 이후일 것이다. 그들은 대기실에 머물면서 선생에게 끈질기게 청해서 몇 차례 진료 참관을 허락받았고, 매주 수요일에 진료가 끝난 후에 일식집에 가서 저녁식사를 함께 하면서 2시간 정도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를 마련한다. 그러니까 정식으로 강의라는 형식을 갖추고 배운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처음에는 배철환과 김상훈이었고 이어서 류주열과 김영태가 왔고 늦게 황 민과 하한출이 합류했다. 이외에도 몇 사람이 더 있었다고 한다. 김상훈은 한의대 후배들을 열심히 가르쳤다.

배철환이 주도해서 ‘8체질의학회란 이름으로 199610월에 고려원미디어에서 출간한 8체질건강법8체질론에 대한 대중의 궁금증과 갈증을 일부 해소해주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시에 배한의원 부원장이던 선종선과 국문학과 출신인 그의 아내가 권도원 선생의 칼럼에서 내용을 발췌해서 편집했다고 한다.

배철환 팀은 1990년대에 다양한 고단방 자료를 수집했다. 때로는 환자를 파견하는 적극적인 방법도 썼다. 부산에서 제세한의원을 하던 하한출 원장은 1990년대 중후반에 체질침 처방에 관한 자료를 정리했다. 대전에 있는 김호기 원장은 이것의 복사본을 입수했다. 필리핀으로 의료선교를 떠난 Peter Soh는 이 자료를 2009년에 얻었고 또 자신이 구한 수경침 자료와 섞어서 엑셀 파일로 만들었다. [Peter Soh 자료]이다.

 

Missionary John Baik

John Baik은 경희한의대 86학번으로 학부시절에 UBF(University Bible Fellowship)에서 활동했다. 미국에 선교사로 가기 위해 여러 가지 방안을 모색하던 중에 체질침에 대해서 알게 된다. 그리고 1992년과 1993년 사이에 권도원 선생의 제선한의원 진료실에서 참관할 기회를 얻는다. John Baik은 이때 직접 본 고단방들을 자기 나름대로 분석했다. 그러다가 1993119일에 미국 롱비치 UBF에 선교사로 파송되었다. 미국에 가서 임상을 하면서 1995년에서 1996년 사이에 자료를 정리해서 한글 파일6)로 만들었다. John Baik의 한글 파일을 [Missionary John Baik 자료]라고 한다. 파일명을 secret라 하고 번호를 붙여서 구분했다. 이 파일들은 2000년경에 미국에서 John Baik을 만났던 조재의(趙載宜, James Cho) 씨에게 전달되었다. 조재의 씨가 한국으로 와서 신기회(新紀會)7)를 조직하고 왕성하게 활동하던 시절에 이 자료 중 일부가 그를 통해서 조금씩 유통되었다.

그 전에 미국에서 조재의와 친밀했던 Peter Yoon도 자료 일부를 획득하게 된다. 이 자료는 다시 Peter Yoon과 교류가 있던 최경규와 조병제를 통해서 부산지역 임상의들에게 전달되었다. 부산은 한국의 다른 지역에 비해서 상대적으로 8체질 임상의들의 활약이 돋보이는 지역이다. 그래서 고단방 자료와 정보들이 더 적극적으로 유통되었다고 판단되며, 그들의 경험이 결합되면서 자료가 축적되고 정리되었다.

 

부산자료

[부산 체질침 자료 2000.]는 김영태가 19974월에 의림한방병원에서 강의한 자료를 바탕으로 부산지역에서 성립했던 자료를 결합하여 편집한 것이다. [부산 고단방 자료 2009.]동의대 한의대를 졸업한 한의사를 중심으로 부산에서 8체질 임상을 하던 임상의들이, Peter Yoon을 통해서 최경규가 전했던 [Peter Yoon 자료]를 임상에서 사용해 보면서 토론했던 내용들을 모은 것이다. Peter Yoon, 최경규, 조병제는 동갑이다. 부산에 있던 최경규는 미국으로 가서 Peter Yoon과 함께 체질침으로 AIDS 환자를 치료하고 논문8)을 썼다. 최경규는 20091월에 엘림에서 8체질을 출간했다. 이 책의 후원자 명단에 조병제가 이름을 올렸다. 책의 내용 중에 체질침 5단방을 해석하는 방식이 있다. 이것은 최경규의 생각이 아니다. John Baik이 분석한 것9)을 그대로 옮긴 것이다.

 

알레르기성 질환

[Missionary John Baik 자료] 중에 secret2.hwp에 알레르기성 질환에 대한 5단방이 들어 있다. 양체질(陽體質)에는 BK'P'FZ이고 음체질(陰體質)DZPVB라고 하였는데 알레르기성 천식을 특별히 언급하였고, John Baik은 다른 자료에서 이것이 확실한 처방이라고 강조하였다. 이 말은 권도원 선생의 진료실에서 확실하게 목격한 것이라는 의미라고 짐작한다.

여러 인물들이 남기고 전한 자료들을 보면 고단방을 스스로 만든 경우는 없다고 판단한다.10) 그들이 남긴 고단방은 모두 권도원 선생이 사용했던 것이고, 이런 처방을 자신들이 임상에서 사용한 경험을 함께 기록했던 것이다.

 

감염과 알레르기

감염과 알레르기는 모두 면역시스템의 반응인데 둔화와 긴장의 양쪽이다. 긴장은 필요이상으로 바빠지는 것이며 둔화는 느려지는 것이다. 긴장이 알레르기라면 둔화는 감염이다. 감염이란 인체가 세균과 바이러스에 노출되는 것이다. 그런데 감염이든 알레르기이든 면역반응(증상)은 비슷하다. 때로 알레르기와 감염이 혼재되어 있기도 한다. 그래서 증상만으로 구별하기가 애매한 경우가 많다. 비염을 예로 들어 보면, 감염성 비염(코감기)과 알레르기성 비염 그리고 혈관운동성 비염11)은 콧물, 코막힘, 재채기가 공통적이다. 코막힘은 점막의 비후 때문이며, 콧물은 코점막에서 점액분비가 과다해지는 것이다. 그러면 재채기가 발생한다. 이에 더하여 감염은 오한, 발열, 두통, 신체통, 인후통, 기침, 목쉼 등이 있고, 알레르기는 눈과 코가 가려운 증상이 있으며, 혈관운동성 비염은 소양감이나 재채기는 심하지 않다. 임상에서 체질침 처방은 케이스 바이 케이스이다. 그러니 다양한 처방 자료들을 발굴해야만 한다. 그런 다음에 그 처방들을 해석하고 또 임상에서 검증하는 작업이 추가되어야 한다. 목음체질의 알레르기성 비염에 oo'ooo가 탁효를 보였다. 이 처방이 적용된 원리가 명확하게 규명된다면 운용할 수 있는 범위가 더 다양해질 것이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1)  2014년에 대구 고신한의원의 서용원 원장, 2015년 8월 20일에 처음 만났던 조재의 씨에게 들은 이야기를 바탕으로 구성한 것이다.  

2)  李明馥(1913~2004)

3)  경희한의대 79학번 : 배철환, 김상훈, 김영태, 류주열, 황 민(32기 졸업), 하한출(33기 졸업)

4)  廉泰煥(1933~ ) : 『體質鍼診療提要』를 통해서 24체질을 주장하였다. 

5)  5상체질론 주장

6)  한글파일은 아래한글3.0에서 작성된 것이었다.   

7)  신기회는 2001년 1월 15일에 상신한의원에서 공식적으로 출범하였다. 

8) Peter Yoon, Kyung Kyu Choi, Karp-Soon Rheem 
   「Effects of the 8 Constitution-Acupuncture on CD4 Counts in Patients with HIV」
   Research Center, South Baylo University 

9)  John Biak의 고단방 분석은 그리 훌륭하지 못했다. John Biak이 당시에 한의대를 갓 졸업했고 임상적인 경험이나 8체질론에 대한 인식이 빈약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권도원 선생의 진료현장에서 볼 수 있었던 정작 중요한 정보는 기록하지 못했다. 

10)  권도원 선생 말고 새로운 체질침 처방을 만든 것은 임팔연(臨八硏)이 유일하다. ZBPset이다. 

11)  온도의 변화(열/냉), 물리적인 자극, 냄새, 담배연기, 스트레스, 정서적인 변화, 약물 등에 의해서 코 점막에 분포하는 자율신경에 혼란을 일으켜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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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원 2024-03-24 10:52:58
이강재선생님의 책들은 다 사서 유용하게 잘 보고 있습니다.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질병별로 침법이 나와 있는 처방집도 책으로 펼치시면 하고 바래봅니다. 유용할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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