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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60> - 『赤鳳髓』

기사승인 [1180호] 2019.03.16  06:0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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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림으로 전하는 신라인 김가기의 導引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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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살펴본 도인양생서로 신라인 金可記(혹은 金可紀, ?~859)의 흔적이 실려 있기에 정좌 행공 모습을 담은 그림과 함께 소개해 보고자 한다. 흔히 도교에서 유래한 기공양생서 가운데 金丹服石을 위주로 한 외단서와 調息運氣를 중시하는 내단서로 크게 구분할 수 있는데, 오늘 얘기하는 책은 내단서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라 할 수 있다.

저자는 명대 만력 연간에 활약했던 학자 周履靖이란 사람으로 절강성 嘉興 출신이다. 그는 자를 逸之라 하였고 조용히 혼자서 책읽기를 즐겨하여 거처하는 곳에 매화와 대나무를 뒤섞어 심어놓고 나무숲 속에서 독서하며 지냈기에, 스스로 자호를 梅墟, 혹은 梅顚道人이라고 불렀다. 그는 또 금석문을 즐겨 1597년 오래 된 옛글들을 모아 『夷門廣牘』이란 총서를 펴냈는데, 이 가운데 양생도인에 관한 책들이 많이 포함되어 있었으며, 이 책 또한 그 가운데 한 종이다. 夷門이란 조용히 숨어 편안하게 지낸다는 뜻을 빗대어서 말한 것이라 한다.

명나라 만력 때 나온 간본은 전3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주요내용으로는 太上玉軸六字氣訣, 幻眞先生服內元氣訣, 李眞人長生十六字妙訣, 胎息秘要歌訣, 去病延年六字法, 五禽戱圖訣, 八段錦導引訣圖, 聖眞秘傳四十六長生圖訣, 華山十二睡功圖訣 등 크게 9부분으로 나눠진다. 권2에 여러 도가 신선들의 비전도인법을 그려놓은 성진비전사십육장생도결과 권3에 12가지 수면기공법을 그림으로 해설한 화산십이수공도결, 발문을 제외하곤 앞부분의 모든 내용은 권1에 수록되어 있다.

특히 신라출신으로 당나라에 건너가 鐘離權으로부터 중국 남종파 도교의 정수를 전수받고 마침내 道士가 되었던 김가기의 도인수련도는 권2의 聖眞秘傳四十六長生圖訣 가운데 하나로 수재되어 있다.

우리나라 단학의 계통을 설명한『海東傳道錄』에 의하면 김가기는 崔承祐, 僧慈惠(훗날 의상대사)와 함께 당나라 유학길에 올랐는데, 그 가운데 김가기가 가장 먼저 賓貢科에 급제하여 進士가 되었으며, 華州參軍과 長安尉 벼슬을 지냈다. 그 후 최승우도 역시 진사에 올라 大理評事가 되었는데, 모두 함께 終南山에 유람을 갔다가 廣法寺에서 종리권을 만나 그로부터 단학의 진수를 傳授받게 되었다고 전해진다.

신라사람 김가기가 등장하는 行功法은 ‘金可記焚香靜坐’란 제목이 붙어 있는데, 絞腸沙로 배가 아파 통증을 참기 어려울 때 병증을 다스리는 방법으로 소개하였다. 그 자세는 향을 피우고 조용히 앉아 몸을 단정하게 하고 두 손으로 양 무릎을 가지런히 끌어안아 왼쪽과 오른쪽을 번갈아 위로 올리면서 24회 기운을 돌린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해당 되는 면의 도인 그림에는 두 팔을 뒤로 돌려 주먹을 허리 뒤에 붙이고 정좌한 모습이 앞의 설명과는 부합되지 않는다. 이와 같이 해설과 그림이 서로 달라 이상하다 싶어 앞뒤를 세심하게 살펴보니 바로 뒷면의 ‘戚逍遙獨坐’란 제목의 기공도에는 두 무릎을 가슴 쪽으로 끌어안아 앉아 있는 모습이 그려져 있다. 그런데 설명에는 “단정히 앉아 두 손으로 양 옆구리와 환처를 문지른다.”는 해설이 덧붙여져 있어 앞의 그림 김가기의 도인법에 해당하는 말임을 한눈에 알아챌 수 있다. 가만 생각해 보니 배가 몹시 아픈 사람이 허리를 펴고 배를 내민 채 등 뒤의 옆구리를 문지를 까닭이 없으니 결국 무슨 이유에선지 몰라도 앞뒤 두 면의 그림과 설명이 서로 뒤바뀐 셈이다.

한참 뒤의 일이긴 하지만 역시 대당유학길에 올랐던 최치원은 당에서 벼슬을 살면서 討黃巢檄文이라는 명문장을 남겼으며, 고국인 신라로 돌아왔으나 제 뜻을 펼치지 못하다가 끝내 가야산에 은둔하여 종적을 감추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김가기는 신라에 돌아와 도교와 도교의 경전을 전해주고 다시 중국에 들어가 오랜 수련 끝에 마침내 신선의 경지에 이르렀다고 전해진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mjmedi@mjmedi.com

<저작권자 © 민족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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