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진 교육 시스템을 경험하다(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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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선진 교육 시스템을 경험하다(上)
  • 승인 2024.04.18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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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동우

남동우

mjmedi@mjmedi.com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PPCR

해외연수를 준비하면서 임상에 몸담고 있는 한의대 교수로서 의미 있는 연수 기간을 보내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찾아보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Harvard 보건대학에서 석사, 박사 과정을 밟으신 상지대학교 김용주 교수님으로부터 연락을 받게 되었다. 해외 연수를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시고는 Harvard 보건대학 프로그램을 추천해 주시는 것이었다. PPCR(Principles and Practice of Clinical Research)이라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이름 그대로 임상연구 전문가 양성 프로그램이었다. 바로 이거다 싶었다. Harvard의 선진 교육 시스템도 경험하고 임상연구 관련 최신지견도 접할 수 있는 훌륭한 기회라 여겨졌다.

바로 원서를 넣기 위한 준비에 돌입하였다. 이력서를 준비하고, 학업 계획 에세이를 쓰고, 학장님께 추천서도 받고, 졸업증명서, 성적증명서 등등 오랜만에 서류 준비하려니 하나하나 시간이 좀 걸렸다. 그래도 오랜만에 느끼는 설렘이었다. 성공적으로 원서 제출을 마치고 기다림의 시간. ‘Accept’ 되었다는 합격 통지서를 받기까지 얼마 안 되는 기간이 얼마나 길게 느껴지던지. 나에게도 Harvard 캠퍼스에서 공부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지다니, 그때에서야 한숨 돌리고 정말 가긴 가는구나 실감이 났었던 것 같다.

보스턴은 여느 미국 도시들과는 다르게 한적하기도 하면서 깔끔하고 그 속의 사람들도 여유로운 모습이었다. 거리의 전경은 미국의 옛 모습과 현대적인 건축물 등이 자연과도 잘 어우러진 멋스러움이 있는 도시였다.

수업을 듣게 될 보건대학은 John Harvard 동상이 있는 메인 캠퍼스와는 거리가 좀 떨어져 있었다. 트램(전차)이 지나는 멋스런 도로 건너편에 현대적인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벽면에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현관을 들어서서 신분증과 학생 명부에 기재되어 있는 이름을 확인받고 출입증을 발급 받아 교실로 향했다. 그런데 건물 중앙부에 어느 동양인의 거대한 초상화와 함께 학교 깃발이 전시되어 있었다. 동양인이라 설립자는 아닐 것 같고 누구일까 궁금한 마음에 상세히 살펴보게 되었다. 그 주인공은 바로 Chan Tseng-Hsi(T.H. Chan)라는 홍콩 부동산 재벌이었다. 아들이 Harvard에서 석, 박사 과정 중에 장학금을 받게 되었다는 소식에 정말 필요한 다른 학생에게서 기회를 빼앗는 것 아니냐며 거금 3,500만불(현재 환율 기준 약 460억 원)을 학교에 기부하면서 이름을 남기게 되었다고 한다. 기부금은 전염병, 비만, 암 등과 같은 질병, 환경오염, 폭력, 가난, 인권침해, 실패한 보건 정책 시스템 등 인류의 보건에 영향을 미치는 다양한 요인을 해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 만한 기부금을 내고 싶게 만드는 Harvard라는 브랜드 파워도 부러웠고, 학교 이름에 기부자의 이름을 붙여주는 것은 물론 캠퍼스 중앙부에 그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하여 이러한 스토리와 그의 업적, 사진 등을 전시하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 기부자에 대한 예우에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처음 보는데도 악수를 청하면서 포옹해주는 등, 과하게 반겨주는 미국인들에게 어색한 미소를 보이면서 슬금슬금 뒷걸음쳐 교실 뒤쪽에 자리를 잡아 보았다.

PPCR 프로그램은 온라인 강의와 대면 현장 강의가 병행되었다. 강의실 현장 분위기는 흡사 방송국의 생방송 촬영 현장과도 같았다. 교실의 모든 벽면에는 대형 모니터들이 두, 세 대씩 설치되어 있고 교실 모서리 곳곳에 카메라도 설치가 되어 있었다. 카메라들은 이따금씩 움직임을 보이면서 작동하고 있음을 알리는 빨간 불이 깜빡거리고 있었다. 각각의 모니터에는 강연장 현장을 실시간으로 송출해주는 화면, 강의하시는 교수님을 비추는 화면, 오늘 강의 패널로 참여하는 수강생들의 줌 (Zoom) 화상회의 화면, 세계 각지에 위치한 원격 강의실 영상 등등이 비춰지고 있었다.

 

남동우 /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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