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선진 교육 시스템을 경험하다(下)
상태바
[기고] 선진 교육 시스템을 경험하다(下)
  • 승인 2024.04.25 06: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남동우

남동우

mjmedi@mjmedi.com


Harvard T.H. Chan School of Public Health PPCR

교수님의 강의는 실시간으로 송출이 되고, 현장에 있는 학생들이나 원격으로 접속한 수강생들이나 모두 돌아가면서 질문도 하고 자기 의견을 이야기하고 토론이 활발히 이루어졌다. 또한 실시간으로 줌 (Zoom) 채팅창과 Ryver 실시간 토론방에 수많은 질문과 의견들이 올라왔고 그 답변은 조교를 비롯하여, Teaching Fellow 1년차 (TF-I), 2년차 (TF-II), Senior TF로 구성된 졸업생들이 돕고 있었다.

교실에서 직접 수강하는 학생들과 원격으로 수강하는 학생들 모두 적극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플랫폼, 멘토링 인력 및 교육 커리큘럼 등이 잘 구성되어 있었다.

먼저 강의 플랫폼은 크게 Google Classroom, Zoom, Ryver, 이렇게 3가지가 주되게 활용되었다. Google classroom에서는 오리엔테이션 자료부터 각 주별 강의자료, 참고논문, 과제물 공지, 등등 자료가 공유되었다. 또한 수업 중간에 학생 참여를 위한 실시간 설문, 단원별 퀴즈 시험 등등이 올라온다. Ryver에서는 강의가 이뤄지기 전까지 1주일간 그룹별, 주제별 사전 토론이 이루어지고 수업 중에는 실시간 토론이 활발히 이뤄진다. Zoom을 활용해서는 실시간 강의가 송출되고, Q&A창을 통한 출석체크, 채팅창을 통한 실시간 질문 및 토론 등이 이뤄진다.

인력 구성은 1년 프로그램이 진행될 동안 학생 400여명을 상대로 멘토링 해주고 학습에 도움을 줄 수 있도록 약 300명 규모의 멘토링 그룹이 꾸려진다. 모두 PPCR을 이전에 수료한 사람들로 일정 점수 이상 획득하여 우수한 성적으로 수료한 사람들 중 자원자들 위주로 구성된다. 멘토링 그룹은 크게 3부류로 나뉘어 1년차에 해당하는 Teachinf Fellow (TF-I), 2년차에 해당하는 TF-II, 그 이상 오랜 기간 멘토로 활동해온 Senior TF로 나뉜다. TF-I은 학생들의 출결 관리, 퀴즈 채점, 주간 과제물 지도 및 평가, TF-2는 학생들의 질문에 응답, 그룹 과제 지도, 논문 지도 등을 맡는다. Senior TF는 교수님 강연 외에 추가로 진행되는 보충 강연의 강연자로 활동하며, Office Hour라고 수강생들과 1주일에 2회 zoom 미팅을 통해 학습 진도 확인, 그룹 과제 진도 확인, TF-I, TF-II들이 멘토링하면서 생겼던 질문 사항 등에 답변해주는 등 전반적인 관리를 맡아서 지도해준다. 여기에 추가로 각국별 센터장이 있다. 각 국가별로 단체 수강하는 학생들을 모집하고 지도해주는 역할을 맡는다.

그리고 프로그램의 주인공인 학생들이 있다. 본인이 수강한 2023년도 과정에는 전 세계 각지에서 400여명이 수강하였다. 학생들은 15개 그룹으로 나눠졌다. 그룹별로 Ryver에 토론방이 열리게 되며, 그룹별 과제로 임상연구 프로토콜을 개발하여 함께 학술지에 투고하는 작업을 하게 된다. 함께 학습내용 관련 동영상을 제작하거나 주제발표를 준비하는 과제가 주어지기도 한다.

배우는 과정은 강의가 이뤄지기 전부터 시작되도록 설계되어 있다.

1주일 단위로 학생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밟아야 한다.

1. Google Classroom에 이전 강의에 다뤄줬던 내용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한 퀴즈가 올라온다. 지난 주 강의 자료를 복습하면서 답변서를 작성하여 제출하면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2. Google Classroom에 해당 주, 강의 전까지 읽어야할 논문 2편 정도가 올라온다. 해당 주에 다뤄질 주제와 관련된 실질적인 논문이 선정되어 제공되고 이 내용을 숙지하고 있어야 토론에 참여가 가능하다.

3. Case Study라고 해서 가상의 연구자가 주인공인 케이스 스토리가 올라오면서 이번 강의에서 소개될 내용들을 놓고 어떤 것이 가장 좋을지 선택하기 위한 고민에 빠지면서 이야기가 끝난다. 예를 들어서 이번 주 주제가 다양한 임상연구 설계라고 한다면, Case report, Cross-sectional, Case-Control, Cohort, RCT 등등에 대하여 연구자가 본인의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각각이 연구 설계가 어떠한 장점과 단점을 가지고 있는지 고민하다가 마지막에는 결정을 못하고 이야기가 끝나는 식이다. 그러면 수강생들은 이 내용을 기초로 본인이라면 어떠한 방법을 선택할지 설문조사에 응하고 이 결과는 수업 중에 공개가 된다. 그리고 본인이 해당 방법을 왜 선택했는지 근거를 들면서 자기주장을 정리하여 제출하도록 되어 있어서 서로 다른 선택을 학생들끼리 수업 시간 중에 실시간 토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진행된다.

4. 해당 주에 다뤄지는 주제에 대한 5-6가지 토론 주제가 제공되고 Ryver에서 그룹별 토론이 이루어진다. 화요일 저녁까지 3편, 강의 시작 전까지 추가 2편 1주일에 총 5편씩 토론방에 유효한 게시물을 올려야 점수를 받을 수 있다.

5. 매주 본 강의 전 날 1가지 강의가 진행된다. 이전에 PPCR 프로그램을 수강했던 선배들이 PPCR 프로그램을 수료한 이후에 본인의 커리어가 어떻게 발전했는지 경험담을 이야기해주기도 하고, 전 주에 다뤄졌던 주제가 통계라면 실제로 통계 프로그램 조작하는 시연을 통해서 과제물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다.

6. 주 2회 office hour라고 각각 1시간씩 그룹별로 TF-1, TF-II, Senior TF와 함께 토론을 한다. 이 시간을 통해 수강생들이 어려워하는 내용에 대한 상담도 진행이 되며, 그룹별 과제로 임상연구 프로토콜 논문을 작성하는 프로젝트도 함께 지도 받으면서 진행하게 된다.

이렇다보니 단순히 수업만 출석한다고 끝이 아니라 매일 하루 적어도 2-3시간씩 1주일에 3-4일은 공부 시간을 빼두고 꾸준히 공부 해야만 성공적으로 이수할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본 강의는 매주 Harvard 의대 및 보건대학 소속 교수진들이 진행한다. 3시간으로 구성되며 1시간씩 3파트로 나뉘어 진행되었다. 첫 번째 파트는 해당 프로그램의 총 책임자인 Felipe Fregni 교수가 해당 주의 주제와 관련하여 개념 설명을 하고 토론을 주제한다. 현장에 있는 학생들과 15개 그룹 중 해당 주의 패널 그룹으로 배정되어 있는 그룹 구성원들이 모두 화면에 얼굴을 비추고 실시간으로 의견을 주고받는다. 학생 참여 설문 조사 결과를 가지고 토의하기도 하고, 그 중에 Ryverr 토론 주제에 대해서 토의를 하기도 하고, Case Study에 대해서 토의하기도 한다.

2번째 파트는 해당 분야 전문가 교수님을 모시고 상세한 강의를 듣게 된다. 개념 정리와 방법론 소개, 관련 연구 소개 등 실질적인 강의가 이뤄진다.

마지막 3번째 파트에서는 Felipe Fregni 교수가 보충 설명이나 전반적인 요약 및 정리를 해주신다. 그리고 실제 학계에서 관련 개념들이 어떻게 활용이 되고 있는지, 관련 이슈가 있었던 사건들이 있다면 그 내용 등을 소개해준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다음 주 주제와 관련하여 간단한 발제를 진행한다.

한국에서 온라인 오프라인 강의를 다 진행해본 경험에 비추어 보았을 때, 이렇게 많은 인원이 집중력 있게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안다. Harvard라는 권위 있는 브랜드 때문에 그럴 수도 있고, 미국의 교육 분위기와 한국의 교육 분위기와는 다르게 토론식 수업에 더 익숙해서 그럴 수도 있고, 다양한 요인이 있을 수 있겠지만, 나 자신부터도 그동안의 익숙함에 젖어 기존의 방식만 너무 따라가지 않았나 반성해보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새로운 교육 플랫폼도 적용하고,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고 보다 적극적으로 배움 활동에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 컨텐츠와 새로운 방법 개발에 더 힘을 쏟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1년간의 해외 연수는 정말 순식간에 끝난 느낌이 든다.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연구, 교육, 진료 모든 영역에서 우리와는 다른 미국의 시스템을 직접 경험하고 배울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우리만의 장점을 살리면서도 더 발전적으로 변화해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많이 얻을 수 있는 시간들이었다.

 

남동우 / 대한한의학회 국제교류이사, 경희대학교 한의과대학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