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27

[김영호 칼럼] 죽을 때 가져가는 것

기사승인 [1206호] 2019.10.04  06:00:58

공유
default_news_ad1
   
김영호 한의사

21g이라는 영화가 있었다. 사람이 생을 마감할 때 딱 21g만큼 무게가 줄어든다는 가설을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었다. 영화처럼 21g인지는 알 수 없지만, 어릴 때부터 나는 영혼이 있다고 믿었다. 영혼은 ‘기(氣) 덩어리’ 혹은 일종의 ‘에너지(E) 덩어리’일 것이라는 상상과 함께. 이번 글은 어릴 적부터 해오던 그 상상에 관한 이야기다.

아주 어릴 적부터, 역사는 일방적으로 흐르는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다. 1000년 전인 서기 1019년과 내가 살고 있는 2019년은 우주 공간 속에서 동시에 존재할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그래서 죽음을 통해 영혼이 빠져나가면 과거의 어느 순간으로 다시 태어날 수도 있고, 현재의 나는 ‘한의사’로서 살고 있지만 우주 어딘가에는 다른 직업으로 살고 있는 ‘김영호’도 있을 수 있다.

이런 상상의 이유는 영혼에 대한 관심 때문이었다. 다 알다시피 인간이 죽음 이후의 세계로 가지고 갈 수 있는 <물질>은 단 하나도 없다. 그런데 육체 속에 담긴 영혼은 그렇지 않다. 인생을 살며, 느끼고 깨달은 많은 것들이 영혼에 담길 수 있다.

이번 생에서 만나는 인연, 그 사이에서 일어나는 경험, 그 경험을 통한 깨달음들은 다음 생으로 가져갈 수 있다. 생의 지혜가 담긴 영혼 21g.

매일 일상에서 만나는 마음의 문제들이 불교에서 말하는 업보(業報)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 이번 생의 과거에 내가 쌓은 것일 수도 있고 혹은 이전 생에서 쌓은 것일 수도 있는 업보(業報). 원인 없는 결과가 없듯이 나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내가 모를 뿐이지 어딘가에 분명히 원인이 있다. 그래서 지금 나의 노력으로 이 문제를 풀어내고, 그 속에서 지혜를 찾아야 이 문제는 또 다시 내 앞에 나타나지 않는다.

이번 삶에서 배우고 익혀야 할 것들을 제대로 익히지 못하면, 노년기 혹은 다음 생에도 그 과제는 계속 나타날 것이다. 모의고사에서 제대로 익히지 못한 내용은 시험을 칠 때마다 불현듯 나타나서 우리를 괴롭히듯, 지금 나에게 닥친 문제는 지금 정면으로 맞서서 풀어내야 한다. 정면으로 맞서서 해결하고 그 속에서 지혜를 구하려면, 일단 받아들여야 한다. 받아들인 후, 그 문제에 정신을 집중할 때 영혼의 힘은 강력해진다. 그 때 우리는 문제를 해결할 방안과 지혜를 만난다.

범죄를 저지르는 사람, 타인의 마음을 괴롭게 만드는 사람, 자기의 이익만 쫓는 사람은 다른 사람을 생각할 지혜가 없이 태어난 사람들이다. 자기 한 몸 먹고 사는 것만 생각하는 단계로 태어난 영혼이다. 이 단계에서는 많은 과제가 주어진다. 본인이 타인을 괴롭게 만드는 만큼 자신에게도 삶의 과제인 업보(業報)가 던져진다. 그 업보(業報)를 풀며 지혜를 쌓다보면 다음 생에는 조금 더 나은 삶, 그 다음 생에는 조금 더 발전된 삶을 받아 태어난다. 삶의 고됨을 업보(業報)라는 인과의 방식으로 받아들이는 불교의 인식체계는 인생의 난관 앞에서 성내고 억울해하며 손실되는 에너지를 최소화하는 방편일지도 모르겠다.

죽을 때 가져가는 것은 이번 삶을 통해 성숙된 영혼뿐이다. 악행과 나쁜 생각으로 가득했던 영혼은 악(惡)의 업보를 떠안은 다음 생이 기다리고, 많은 과제를 해결하고 지혜와 선(善)을 쌓은 영혼은 이번 생보다 훨씬 나은 생이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생각은 어떤 종교와도 무관한 개인적 상상임을 다시 밝힌다.

모든 사람이 국가와 사회에 큰 유산(legacy)을 남기는 삶을 살 수는 없다.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는 삶 속에서 각자의 유산을 쌓아가고 있다. 이번 인생에 나에게 주어진 많은 과제와 문제들은 그 유산의 일부다. 각자에게 주어진 삶의 과제를 풀어내는 것은 인생의 유산을 가치 있게 만드는 과정이다. 힘든 그 순간에는 감정에 압도당하기 십상이지만, 그 과정에서 우리는 지혜를 얻어낼 것이다. 그리고 그 지혜는 살아가는 내내 큰 힘이 될 것이다. 그렇게 직접 깨달은 지혜만이 영혼에 기록되고, 그렇게 성숙된 영혼은 다음 생을 빛나게 해주리라 믿는다.

오늘도 영혼에 지혜를 담고 있을 삶의 동료들께 진심어린 응원을 전하는 바입니다! 지금 우리는 힘들지만 영혼에 지혜를 담고 있는 중입니다. 우리의 영혼은 지혜의 마블링을 담기 위해 깊이 숙성되고 있는 것입니다. 이 시기가 지나면 반드시 그 지혜의 마블링은 삶을 빛나게 해줄 것입니다. 찬란한 우리의 미래를 기다리며 오늘도 화이팅! 

김영호 mjmedi@mjmedi.com

<저작권자 © 민족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