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읽기] 타인이 아니라 형제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상태바
[영화읽기] 타인이 아니라 형제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 승인 2019.06.07 06: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황보성진

황보성진

mjmedi@mjmedi.com


영화읽기┃나의 특별한 형제

얼마 전 시각장애와 지체장애가 있는 두 여학생이 기숙사 룸메이트로서 서로의 눈과 발이 되어 주면서 공부한 결과 공립 중등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마치 옛날 이야기 속에나 있음직한 일이 실제로 일어난 것이다. 사실 장애인과 비장애인들의 우정이나 사랑을 다룬 내용의 영화들은 흔히 볼 수 있지만 앞서 언급한 뉴스처럼 주인공이 모두 장애인인 영화는 다큐멘터리를 제외하고 극영화에서는 매우 낯선 구성이기에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하는 영화 <나의 특별한 형제>는 제목처럼 매우 특별한 영화 중 하나다.

출연 : 신하균, 이광수, 이솜

비상한 두뇌를 가졌지만 전신마비로 동생 동구(이광수) 없이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형 세하(신하균)는 뛰어난 수영실력을 갖췄지만 세하 없이는 아무것도 못 하는 지적장애인 동구와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20년 동안 한 몸처럼 살아온 특별한 형제다. 어느 날 형제의 보금자리 ‘책임의 집’을 운영하던 신부님이 돌아가시자 모든 지원금이 끊기게 되고, 각각 다른 장애를 가진 두 사람은 헤어질 위기에 처하고 만다. 세하는 ‘책임의 집’을 지키고 동구와 떨어지지 않기 위해 구청 수영장 알바생이자 취준생 미현(이솜)을 수영코치로 영입하고, 동구를 수영대회에 출전시켜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데 성공한다.

1996년 광주의 한 복지원에서 처음 만나 별명이 ‘강력 접착제’였을 정도로 매일 붙어 지내며 한 명은 머리가 되고 다른 한 명은 몸이 되어, 부족한 것을 서로 채워주며 친형제나 다름없이 생활한 최승규와 박종렬 씨의 실화를 모티브로 제작된 <나의 특별한 형제>는 욕이 난무하고, 잔인한 사건 속에 핏빛이 자욱한 요즘 영화들 틈에서 모처럼만에 마음 한구석이 정화되고 힐링되는 느낌을 가질 수 있는 착한 영화이다. 사실 비장애인들은 장애인들을 이상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많지만 필자가 실제 장애인들과 수업을 하면서 느꼈던 것은 나이와 상관없이 대체로 어린 아이와 같은 순수한 마음의 소지자라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물론 여러 상황에 따라 차이가 있고, 소통이 불가능하여 힘들 때도 있지만 영화 속 이광수처럼 불평불만없이 항상 웃는 얼굴로 만날 수 있다는 점은 그동안 우리가 가지고 있던 장애인에 대한 부정적인 선입견을 한순간에 깨버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그래서 <나의 특별한 형제>가 더 친숙하게 다가왔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는 흔히 봐왔던 장애인 관련 영화와 달리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한 장애인이 아니라 이 세상을 함께 살아가는 당당한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일순간에 우리의 인식이 바뀌기는 힘들다. 그로인해 주인공들이 서로를 도와주는 장면을 학대한다고 곡해하는 영화 속 비장애인들의 시선이 현실이기에 결말이 약간 비현실적으로 다가올 수도 있지만 우리가 조금만 다른 시선으로 바라본다면 그들을 새롭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장애인을 애자로 비하하는 우리 사회에 일침을 가하며 관객들에게 장애인에 대한 인식을 개선 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전신마비 캐릭터를 연기하느라 얼굴과 목소리로만 연기한 신하균의 새로운 모습과 지적 장애인의 행동을 제대로 잘 표현한 이광수의 연기가 제대로 어우러지며 감정 과잉 없이 즐겁게 감상할 수 있다.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