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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의서산책/ 864> - 『兒學編』③

기사승인 [1184호] 2019.04.13  06:3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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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교재로 둔갑한 韓中日英 다국어사전

조선시대 서당의 학동들에게 문자지식을 가르치기 위해 사용했던 훈몽교재『천자문』, 이를 대체하기 위해 정약용이 펴냈다는『아학편』. 원작은 강진유배 중, 동네 어린애들을 위해 편찬한 것이라 한다. 한자 2000자를 중복되지 않게 배열하여 상하 2권으로 꾸몄는데, 상권에는 형태가 있는 물건, 하권에는 物情과 事情에 해당하는 글자를 대립시켜 배치하였다. 또 8자마다 운을 달리해 독송에 편리하다.

   
◇『아학편』

하지만 이 책이 얼마나 서당에서 쓰였는지는 미지수이다. 아마도 유배객이 지은 책이 당대에 널리 유포되진 않았을 것으로 여겨진다. 오히려 오랫동안 전통적으로 한자지식에 기초를 두고 공부해 온 조선의 지식인들에게 개항 이후 영어와 일어 학습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이러한 새로운 언어와 문자지식을 보급하는 데에는 디국어를 함께 대조하여 볼 수 있도록 꾸며진 신판이 다소 유용했으리라 여겨진다.

현전 지석영이 펴낸 신판은 『아학편』각 글자마다 한국어, 중국어, 영어, 일어를 함께 표기하여 동시에 대조해 볼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1권1책의 석인본으로 용산인쇄국에서 인쇄하여 1908년 3월에 경성의 廣學書舖와 大東書市를 통해 보급 발매하였다. 첫머리에 민병석과 지석영의 서문이 실려 있고 범례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대한국문, 화음, 일본국문, 영국문 표기에 대한 설명이 수록되었다.

대한국문에는 新訂初中終三聲辨, 新訂合字辨, 新訂高低辨, 新訂名詞聯音辨 등의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각항마다 예시를 두어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였다. 이어 華音에는 四聲標와 함께 빠르고 무거운 소리는 上平, 길고 가벼운 소리는 下平, 휘고 느긋한 소리는 上聲, 곧고 급한 소리는 去聲이라 했다. 이는 1905년 지석영이 주청하여 대한제국 국문개혁안으로 공포된 新訂國文을 요약한 것이라고 한다.

이 책은 근래 해제를 덧붙여 발간한 영인본 덕에 다시금 부각되었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은 해설에 들어 있는 일본국문에 대한 원문이미지와 해설이 누락되어 있다. 4종 언어에 대한 해설이 들어있다고 설명한 것으로 보아 애초부터 저본에 없던 것이 아님은 분명한데 해설과 이미지가 모두 빠져 있고 英國文 장차도 앞뒤가 서로 뒤바뀌어 있는 것으로 보아 편집과정에서 혼선이 빚어진 것으로 보인다.

다행이 오래 전에 구해 둔 영인본이 있기에 대조해 보니 일본국문 2면이 누락된 것을 확인하였다. 아마도 지석영이 이 단순한 문자 학습서를 한-중-일-영 4가지 언어로 꾸며야 했던 배경에는 개항 이후 을사조약으로 이어지는 시대적 상황과 서구열강과 함께 인접한 청나라, 일본과의 밀접한 관계가 결정적인 계기로 작용하였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책을 요즘 시대 조류에 맞춰 단지 ‘조선시대 영어교재’로만 강조하여 소개하는 것은 다소 편협한 시각이며, 자칫 지석영이 주석하여 펴낸 출판의도를 흐릴 우려가 있다. 상용한자에 대해 4종 언어 발음을 한글로 표기하기 위해 고심한 끝에 국문개혁안으로 공포했던 사실을 상기한다면 영어만 중점을 두어 소개하기 보다는 한글 발음표기법에 대해 자세한 해설이 곁들여졌어야만 했다.

본문에는 신체부위를 표현하는 글자가 유독 많은데, “耳目口鼻, 股肱手足, 頭腦頷項, 顴頰頂額, 齒牙脣舌, 眼睛頤齶, 乳脇臍肛, 胸背腰腹, 指爪掌腕, 肩臂肘腋, 跗趾腨踵, 臀膝脛脚, 鬚眉鬢髮, 咽喉臟腑, 心肺肝脾, 膽腎腸肚, 皮肉膏血, 筋脈骨髓, 涎汗糞溺, 首面身體.”등 80종이다.

또 질병에 관한 대목을 살펴보니, “疾病痛癢, 瘧癘痔疸, 癨痢疳瘖, 癎癩疔疝, 痺痀腫脹, 痰嗽咳喘, 痘疹瘡癰, 疣痣疥癬.”까지 32종의 질병명이 열거되어 있어 의학에도 남다른 관심을 기울여 적지 않은 의약논설과 『마과회통』을 비롯한 의학서를 펴냈던 다산의 관심영역을 한눈에 지켜볼 수 있는 대목이라 할 수 있다.

 

안상우 / 한국한의학연구원 동의보감사업단

안상우 mjmedi@mjmedi.com

<저작권자 © 민족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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