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27

[이강재의 8체질] 虛空을 향해 劍 휘두르기

기사승인 [1184호] 2019.04.13  06:40:08

공유
default_news_ad1

오늘 쓸 이야기는 2013년 11월 29일에 얻은 도표 한 장으로부터 시작되었다.

내가 2010년과 2011년 사이에 기획하고 진행했던 ‘ECM CLASS’에 참여했었고, 2013년 2월부터 시작한 ‘의료인을 위한 체질학교’의 기초반과 심화반1)에서도 공부한 이OO 한의사가 공보의를 마치고 홍OOOO한의원에서 근무하게 되었다. 그가 내게 사진파일 몇 개를 보내주었다. 그 파일들 중에 이 도표가 있었다.(이OO 한의사가 보낸 사진파일) 사진 속 도표가 포함된 문서는 원본은 아니고 복사본인 듯 했다.

그런데 도표 속의 필체가 낯익었다. 나는 2008년에 권도원 선생께 서신을 드린 적이 있다. 그때 권도원 선생으로부터 받았던 답장의 필체가 기억났던 것이다. 그래서 보관하고 있던 봉투를 꺼내어 자료 속의 필체와 비교를 해보았다.(필체 비교) 

   
   
 

2008년 3월 10일자 등기소인이 붙은 봉투와 함께 도착한 답장의 내용 중에서 ‘분명합니다’에 있는 ‘합’과 도표에 적은 ‘확인 후에 한다’의 ‘한’을 쓴 필체가 분명히 같은 사람의 것이라고 판단하였다. 그러니까 이 도표는 권도원 선생이 직접 쓰고 그렸다는 뜻이다. 나는 잔뜩 흥(興)이 일어서 이 자료가 유통된 경로가 아주 궁금해졌다.

 

[1] 권우준(權佑浚)과 조재의(趙載宜)
이 도표 복사본의 소유주는 조재의 씨였다. Jay Cho는 개명(改名) 전인 1995년에 LA에서 열린 권도원 선생의 강연에 감명 받아 8체질론에 깊이 빠지게 되었다. 그러다가 우연히도 같은 직장에 근무하던 부인(婦人)들의 인연으로 권도원 선생의 차남인 권우준 씨와 가까워졌다. 권우준 씨의 진료실을 방문했던 Jay Cho는 권우준 씨가 애지중지하던 도표 한 장을 보게 된다. 처음에는 안 된다고 했는데 사정사정을 해서 그 도표를 빌려서 복사를 해두었던 것이다. 

그렇다면 확실해졌다. 이 사진파일 속의 도표는 권도원 선생이 아들을 위해서 직접 쓰고 그려준 것이다. 한국에서 신학생이었던 권우준 씨는 미국에 가서 South Baylo 한의과대학을 졸업했다. 그리고 캘리포니아주 침구면허를 1986년 6월 2일에 취득했다. 그런 후에 바로 임상을 시작했던 것 같다.2) 그러므로 이 도표는 1986년 6월 2일 이후 어느 시기에 어떤 목적을 위해서 권도원 선생이 아들을 위해서 만들었을 것이다.

나는 분석광(狂)이다. 분석을 위해서 먼저 이 도표를 텍스트로 옮겼다. 그리고 이 도표를 ‘체질침 2단방 구성표’라고 규정했다.  

   
 

[2] 체질침 2단방 구성표
권우준 씨는 공식적인 자리던지 사적인 자리던지 자신과 부친의 관계가 일반적인 부자관계는 아니라고 말하곤 했다. 자신에게 부친은 8체질론을 엄격하게 가르쳐주는 스승의 위치였다는 것이다.3) 이 도표는 권도원 선생이 임상을 하던 권우준 씨의 요청을 받고 만들었다고 판단한다. 당뇨방을 물어온 아들에게 ‘좀 더 기다리라’고 답하고 있다.

 

[3] 분석
사실 당사자인 두 사람 중에 어느 한 분에게라도 이 도표가 작성된 전후 사정에 관하여 직접 물어볼 수만 있다면, 블루스크린 앞에서 상대도 없이 허공을 향해 칼을 휘두르는 듯한 나의 노력은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여러 사정이 그렇지 못하니 참으로 안타깝기 그지없다. 

1) 제일 윗줄에 8체질 명칭이 국제명(國際名)의 약어(略語)로 표시되어 있다. 권도원 선생이 참가했고 1985년에 『한국영양학회지』에 수록된 이필자4)의 논문에서는 8체질의 국제명으로 목양체질은 Jupito, 목음체질은 Jupita, 금양체질은 Hespero, 금음체질은 Hespera, 토양체질은 Saturno, 토음체질은 Saturna, 수양체질은 Mercurio, 수음체질은 Mercuria가 제시되었다. 이것은 「2차 논문」에서 8체질의 명칭이 1972년 6월 8일에 이와 같이 개정되었다고 보고한 이후에 1985년 5월까지 추가적인 개정이 없었다는 의미이다. 

그러다가 8체질의 국제명은 각 체질의 최강장기(最强臟器)를 의미하는 용어로 변경5)되었는데 이 명칭이 이 도표에 사용된 것이다. 사실 최강장기를 의미하는 국제명이 공식적으로 처음 등장하는 것은 『빛과 소금』에 연재된 기고문 중에 [금(金)과 체질]과 [중환자는 무조건 채식해야 하나]6)이다. 1994년 4월과 5월이었다. 그러므로 이 사실을 통해서 이 도표가 작성된 시기를 1986년 6월부터 1994년 4월사이라고 일단 추정해 본다.  

그리고 무엇인가 변화된 내용을 알릴 필요가 있을 때 그 사항을 꼭 기록에 남겨두는 경향이 있는 권도원 선생의 평소 태도로 보아, 아마도 이 도표가 작성되던 무렵에 8체질의 국제명이 최강장기를 의미하는 내용으로 변경된 것이 아닌가 추리해 볼 수도 있다.

2) 기본방의 자리를 보면, 기본방의 목표가 각 체질의 병근(病根) 장부(臟腑)7)를 목표로 하는 것은 1973년의 「2차 논문」과 동일8)하다. 하지만 기본방을 구성하는 네 장부혈(臟腑穴)의 세부내용은 다르다. 그 이유는 「2차 논문」의 장방(場方) 체계는 1985년에 「영양학회 논문」을 통한 내장구조 공식 변경9) 전의 내장구조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그렇다. 

3) 「2차 논문」에서는 2단방의 체계가 양체질(陽體質)은 장계염증방이 주방(主方)이고, 음체질(陰體質)은 부계염증방이 주방이다. 예를 들어, 금양체질의 장계염증방은 간보폐사방(肝補肺瀉方 ⅠtⅦs)이고, 금음체질의 부계염증방은 대장사담보방(大腸瀉膽補方 ⅧsⅡt)이다. 즉 주방이란 각 체질의 내장구조에서 가장 중요한 길항구조를 조절하는 처방이라는 말이다. 그래서 나머지 부방(副方)들은 주방이 되는 부방을 기준으로 배열되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도표에서 금음체질의 부염방은 대장사간보방(大腸瀉肝補方 ⅧsⅠt)이고 살균방이 대장사담보방(大腸瀉膽補方 ⅧsⅡt)이다. 양체질은 그렇지 않은데 네 음체질에서 부방을 배열하는 방식이 「2차 논문」과 달라진 것이다.

4) 장염방과 부염방은 부방에서 a, n, c법10)이 모두 있다. 그런데 활력방과 살균방은 부방에서 a법과 c법만 있고, n법(중초치료법)은 없다. 또 정신방은 부방에서 a법(상초치료법)만 있다. 상(a), 중(n), 하(c) 치료법이 체계를 잡아가고 있는 단계라고 판단할 수 있다.

5) 장염방의 수리(數理)는 5:1이고, 나머지 부염방, 살균방, 활력방, 정신방의 수리는 4:2이다. 살균방의 수리가 4:2인 것은 「2차 논문」과 다르다.

6) 장계염증방의 주치(主治)에서 상부(a)에 위치하는 폐렴(肺炎)이 명시되지 않았다.

7) 살균방은 「2차 논문」 때처럼 부염방과 관계보다는 독자적인 영역이 강조되고 있다.

8) 정신방은 「2차 논문」 때와 달리, 독자적인 사용이 아니고 장계염증방 n방과 함께 사용하라고 적시되어 있다. 그리고 신경쇠약, 불면증을 구체적으로 명시하였다.

9) 지혈방(止血方)의 출현이 흥미롭다. 권도원 선생은, 1회 사용으로 ‘무슨 출혈이든지 멎는다’고 자신감을 표출하였다. 각 체질의 기본방을 여섯 번 반복하는 치료법이 체질침의 지혈방이 된 연유는, 「2차 논문」에 등장했던 마비방(痲痺方)에서 비롯되었다고 나는 짐작한다.   

 

이강재 / 임상8체질연구회

각주
1) ‘의료인 및 예비의료인을 위한 체질학교’의 제1기 기초반과 심화반을 2013년 2월 16일부터 2013년 11월 10일까지 20講으로 진행하였다.
2) 1997년에 권우준 씨가 조재의 씨의 주선으로 하와이에서 한의사들을 가르칠 때, 임상년차가 10년 정도라고 밝힌 것으로 보면 면허발급 후에 바로 임상을 시작했던 것 같다.
3) 다른 사람들에게 그런 관계였음을, 즉 자신은 특별한 대우 없이 누구보다도 더 어렵게 8체질의학을 공부했노라고 강조하려는 의도였을 수도 있다.   
4) 김숙희?김화영?이필자?권도원?김용옥
   「체질의학의 체질분류법에 따른 식품기호도와 영양상태의 상관성에 관한 연구」 1985. 5.
5) Hepatotonia, Cholecystotonia, Pulmotonia, Colonotonia, Pancreotonia, Gastrotonia, Renotonia, Vesicotonia
6) 『빛과 소금』 109호, 110호
7) 양체질(陽體質)은 장(臟), 음체질(陰體質)은 부(腑)
8) 1992년 5월에 행한 기독한의사회 초청 강의에서 목양체질, 목음체질, 수양체질, 수음체질의 기본방을 새롭게 제시하였는데, 이것은 그 이전까지 지속되었던 병근장부에 의한 병리와 체질침 치료이론을 전복(顚覆)시킨 획기적인 체계였다. 이때의 시도는 깊은 고민과 실험의 과정이다.    
9) 두 번째 내장구조 변화
   : 두 번째 변화에서 목양체질(木陽體質), 목음체질(木陰體質), 수양체질(水陽體質), 수음체질(水陰體質)의 내장구조가 변화되었다. 두 번째까지의 변화를 통해서 8체질 중 서로 상대되는 체질의 네 짝은 내장구조가 정반대가 되었다.
10) a는 ana-puncture로 부방에서 영(迎)하는 혈을 반복하고, c는 cata-puncture로 부방에서 수(隨)하는 혈을 반복한다. n은 non repeat로 부방에서 반복하는 방법이 없다.

이강재 mjmedi@mjmedi.com

<저작권자 © 민족의학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default_news_ad4
default_side_ad1

인기기사

default_side_ad2

포토

1 2 3
set_P1
default_side_ad3

섹션별 인기기사 및 최근기사

default_setNet2
default_bottom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