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마블과 DC 코믹스의 히어로물 영화는 선악이 뚜렷한 캐릭터, 결말을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전개의 이야기로 진행되지만 그 빈 틈을 화려한 액션과 CG로 일정정도 채우고, 황당한 이야기임에도 개연성을 충분히 살리며 많은 관객들을 들었다 놨다 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그로인해 올 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어벤져스 : 인피니티 워>의 뒤를 이어 여름 블록버스터의 서막을 연 <앤트맨과 와스프>도 2015년에 개봉한 <앤트맨>의 속편임에도 불구하고 개봉 2주차에 44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하고 있다.
‘시빌 워’ 사건 이후 가택연금으로 인해 은둔하며 히어로와 가장의 역할 사이에서 고민 중이던 앤트맨(폴 러드)과 양자 영역에 갇힌 엄마를 찾기 위해 노력하는 새로운 파트너 와스프(에반젤린 릴리) 앞에 정체불명의 고스트(해나 존-케이먼)가 등장한다. 시공간의 개념이 사라진 양자 영역으로 들어갈 수 있는 기술을 훔쳐 달아난 고스트를 쫓던 앤트맨과 와스프는 상상도 못했던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솔직히 필자는 히어로 무비에 큰 관심이 없어 마블 캐릭터 시리즈물을 제대로 챙겨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앤트맨>도 관람한 적이 없기 때문에 2편인 <앤트맨과 와스프>를 보는데 앞서 약간의 주저함이 있었다. 하지만 영화는 필자와 같이 전편을 보지 않은 관객이라도 큰 어려움 없이 감상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며, 오히려 2편을 본 후 1편을 챙겨보거나 연관성이 많은 마블 히어로 영화들에 더 관심을 갖도록 유도하고 있다. 일단 영화를 보면서 느낀 것은 기발한 아이디어들이 연속적으로 보여진다는 것이다. 특히 앤트맨의 특성인 신체를 자유자재로 변형하는 것뿐만 아니라 자동차나 건물도 원하는 대로 축소와 확대를 할 수 있다는 거의 황당무계한 설정을 나름대로 설득력 있게 보여 주면서 영화 속에 몰입하게 만들고 있다. 또한 강력한 블래스터와 날개를 지닌 와스프라는 강력한 여성 히어로 캐릭터를 새롭게 선보이면서 화끈한 팀 플레이 액션을 선사하고 있다.
그리고 <앤트맨과 와스프>는 기존의 히어로물 영화들과 달리 두 주인공의 가족 이야기를 전면에 부각시키고 있고, 중간 중간 앤트맨의 사장인 루이스(마이클 페나)의 엄청나게 빠른 랩 대사 등의 유머가 등장하면서 액션이 난무하는 영화가 아니라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로 승화시키고 있다. 또한 ‘마블은 늘 한국과 함께 할 것이다’라고 했던 마블 대표의 말처럼 이번 영화에서도 한국 사랑을 입증하듯이 곳곳에 등장하는 자동차의 브랜드를 눈 여겨 보길 바란다. 물론 큰 반전 없이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이야기가 좀 아쉬울 수 있지만 요즘처럼 뜨거운 폭염 속에서는 복잡한 것보다는 단순한 이야기가 관객들을 편안하면서 시원하게 해줄 수 있기 때문에 즐겁게 관람할 수 있을 것이다.
현재까지 19편의 마블 시리즈가 개봉해 국내에서 약 9,500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으며, <앤트맨과 와스프>를 기점으로 1억 명 관객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는데 지금 같은 흐름을 유지한다면 조만간 기록을 달성할 것 같다. 마지막으로 엔딩 크레딧이 올라간 후 등장하는 쿠키영상이 2개 있으니 꼭 챙겨 보고, <앤트맨> 3편을 기대해 보자. <상영 중>.
황보성진 / 영화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