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분야 공부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든든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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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분야 공부하는 사람이 곁에 있어 든든해요”
  • 승인 2018.07.19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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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춘호 기자

김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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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은영·남영우 남매 한의사-한의대생

어머니 추천 및 누나의 영향으로 각각 한의대 진학…남매이자 동반자로 서로에게 조언

 

[민족의학신문=김춘호 기자] 한의대에서 조교수로 근무하는 누나와 한의대 본과 3학년에 재학 중인 남동생. 이들은 친 남매이다. 누나는 동생에게 현재 학생들이 갖고 있는 생각 등에 대해 묻고 동생은 본초와 방제, 경혈이 실제 임상에서는 어떻게 응용되는지 조언을 구하는 동반자이기도 하다. 본지 창간특집으로 남매 한의사와 한의대생을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았다.

 

▶각자 소개를 부탁한다.

남은영: 동국대 06학번이며 한방부인과 전공의 과정 후에 펠로우를 거쳐 현재는 가천대학교 부속 동인천 길한방병원에서 한방부인과 조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남영우: 대구한의대 14학번이며 현재 본과3학년 학생으로 지내고 있다.

 

▶남매가 한의대 교수가 됐고, 한의대생이다. 각각 한의대를 진학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남은영: 중·고등학생 시절에 수학, 과학에 흥미가 있었고 성적이 좋게 나왔다. 그래서 이과에 진학했다. 장래희망은 계속 의사였다. 가족이 아플 때 의사인 친척들의 조언이 고맙게 느껴졌고, 이 때 의사란 직업이 남에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것이 멋지게 느껴졌다. 특히 여러 전문직 중에서 의사라는 직업이 남에게 도움을 줄 수 있고 또한 내가 직접적으로 보람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한의대에 진학하게 된 계기는 조금 특이하다. 나는 한자를 어려워했고, 한약 냄새를 좋아하지 않았으며 침 치료는 따끔거리고 아프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한의대는 내 적성과는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막상 고등학교 3학년 1학기에 의대 수시접수를 하려고 보니 동국대 수시 모집 학과에 의대가 빠져있었고 대신 한의대는 포함돼 있었다. 1학기 수시는 합격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2학기 수시에 대한 준비과정이라는 생각으로, 그리고 같은 의대니까 지원해보자는 가벼운 마음으로 한의대 수시모집에 원서를 냈다. 여기에는 어머니의 조언이 한몫했는데, 당시에 수험생인 나를 돌보느라 건강이 좋지 않았던 어머니가 한의원 외래치료로 효과를 체험하고 강력히 추천했기 때문도 있었다. 그리고 1학기 수시에 합격했다.

남영우: 어릴 때 체하면 두통이 잘 생겨서 한의원을 자주 다녔는데 그때 효과를 많이 보았던 것이 학과 선택에 크게 작용했다. 예전부터 침과 한약에 우호적이었고 직접 내 몸을 치료하고 싶다는 생각이 생기면서는 한의대에 진학하겠다는 의지가 강해졌다.

고등학교 진학 이후에도 꾸준히 한의대를 목표로 했고 누나가 한의대에 진학하면서 해준 한의대 관련 이야기는 매력적으로 다가와서 더 흥미가 더 생겼다.

 

▶한방부인과에서 진료를 보고 있다. 해당분야를 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남은영: 한방부인과가 여성 환자를 대상으로 여성 질환 전문 세심한 진료를 해야 하는 점에서 내 성격과 잘 맞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선택하게 됐다. 지원할 당시(인턴 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나에게 최상의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한방부인과에 내원하는 환자 대부분은 여성이다. 한방부인과 불임치료에서는 부부가 함께 치료를 받으므로 남성 환자가 내원할 때도 있다. 한방부인과의 전문 진료 분야는 월경이상·불임(난임)·산전 산후관리(산후풍)·여성종양·폐경 및 갱년기 질환 등이며 여성 생애 주기마다 일어나는 각종 질환을 다루고 있다. 한방부인과에서는 여성생식기 관련 질환에 대한 세부적인 질문이나 병변에 대한 검사가 필요할 수 있고 이 때 환자는 불편을 느낄 수 있는데, 여성 의료진인 경우에 환자가 거부감을 덜 느끼거나 불편한 증상에 대해 보다 쉽게 이야기하는 점에서 환자와의 라포(rapport) 형성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된다.

 

▶어떤 분야에 관심이 있는지 말해 달라.

남영우: 침은 근골격계 질환의 통증제어에 있어서 양방치료보다 훨씬 효과적이라 생각한다. 작년에 '농촌재능나눔(스마일뱅크)'이라는 봉사단체를 통해 농촌의료봉사활동을 했었다. 이때 만난 환자들은 근골격계 질환을 호소하는 분들이 많았는데, 3박 4일의 짧은 기간 동안 침 치료만으로도 근골격계 관련 만성 통증이 크게 호전된 것을 보고 나중에 재활의학을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됐다. 특히 최근 추나요법 급여화 시범사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에서 앞으로 임상에서 한방재활의학이 발전할 기회가 많을 것으로 생각된다.

 

▶동생에게 선배 한의사로서 조언해주고 싶은 게 있다면.

남은영: 한의대를 졸업한다고 모든 한의사가 임상에서 환자를 보고 진료를 해야하는 것은 아니다. 임상의학뿐만 아니라 기초의학의 교육 및 연구, 보건 정책 등 여러 분야들 중에 본인이 재밌어하는 분야에서 활동하는 한의사가 되었으면 한다. 학부생일 때 한의학 관련이든 아니든 여러 분야를 경험하고 학습하면 나중에 좋은 한의사의 발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누나가 한의사라서 도움이 될 때가 있다면.

남영우: 7살 차이다보니 내가 한의대에 입학할 때 이미 누나는 졸업을 한 상태였다. 그렇기 때문에 학교 커리큘럼에서 궁금한 것을 물어보면 누나가 거의 다 알려주었다. 한약을 처방할 때 어떤 약재를 가감하면 좋은지, 어디가 아플 때 어느 혈에 자침을 해야 하는지 등등 궁금한 점을 자주 물어보았다. 대구한의대의 ‘침구학회’ 동아리에 들어온 계기도 사실은 누나가 한의대 재학 중에 침구학회 동아리였다는 이야기를 듣고 호기심에 가입한 것이었다. 본과 3학년이 되면서 임상 과목 중에 한방부인과를 공부하면서 누나에게 이해가 안 되는 걸 물어볼 때 도움이 많이 되었다.

 

▶평소 한의학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나누는지 궁금하다.

남은영: 대학에 소속돼 있기 때문에 임상진료뿐만 아니라 한의대생의 강의 및 실습, 시험을 담당하고 있다. 그래서 지금 한의대생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고 어떤 것에 관심이 있는지 궁금할 때 동생에게 조언을 구하고 도움을 얻을 때가 많다.

남영우: 주로 내가 궁금한 걸 물어보는 과정에서 이야기가 오가는 것 같다. 본과 2학년까지 배우는 기초이론인 본초와 방제, 경혈이 실제 임상에서는 어떻게 응용되는지 궁금해서 많은 질문을 했는데 바쁜 와중에도 귀찮아하지 않고 잘 알려줘서 내심 고마웠다. 요즘은 졸업 후의 진로에 대해 많이 이야기한다. 누나는 지금 대학에 있지만, 언젠가 누나와 함께 남매한의원을 해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 목표가 무엇인지 말해 달라.

남은영: 한의학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바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한국사회에서 ‘한방’이란 용어가 대중적이고 친근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그만큼 ‘한의학’에 대한 의학적 전문성은 떨어진다. 한국인의 ‘한방’에 대한 사랑은 한의학보다는 비 의료적 한방 관련 상품에 치중되어있다고 생각한다.

시중에 판매되는 의약외품이나 건강기능식품, 식료품만 보더라도 한방 관련 문구가 삽입되어있는 것이 허다하고 제약회사를 비롯한 여기저기에서 경옥고, 공진단 등이 판매되고 있다. 한약은 식품이 아니고 전문한‘약’이기에 반드시 한의사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한의학 치법 중에서 가장 보편화된 침, 뜸, 부항 등에 대해서도 비 면허시술이 성행하고 부작용이 엄청난데 반해서 사회적인 제제 조치는 없는 실정이다.

그렇기에 내가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전문적인 한의사의 역할을 할 수 있기를 바란다. 한의학의 전문성이 보장되는 사회가 형성되어야 하고, 국민보건사업에서 한의사의 역할이 확보되는 것이 중요하다. 한의학이 국민건강 증진과 일차보건의료에서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바란다.

남영우: 한의대를 졸업하고 전공의 과정을 거칠지 고민 중이다. 졸업까지 1년 정도 여유가 있어서 조금 더 생각을 해보려고 한다. 목표라 하기는 애매하지만 현재로써는 졸업 후 공보의 3년을 마치고 임상의(한의사)의 길을 가려고 생각중이다.

 

▶서로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남은영: 임상 실습 년차인 본과 3~4학년을 돌아보면 참 힘들었던 기억이 많다. 그렇기에 졸업은 앞둔 동생이 한 학기마다 무사히 진급한 것만으로 기특하다. 더구나 임상시험관련 논문 활동에 참여하거나 MRC(기초의과학 연구 센터)에서 열심히 활동을 하는 모습에서는 대견하기까지 하다. 지금까지 수고했고 앞으로 무사히 졸업하길 바란다.

남영우: 한의대 공부를 하면서 과외 선생님이 한 명 있는 셈이라서 시험 때마다 큰 도움이 되었다. 특히 같은 분야를 공부하는 사람이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괜히 든든해지는 느낌이 있다.

내가 지금은 누나한테 많이 도움 받고 있지만 나중에 졸업을 하고나면 분명 누나에게 도움을 줄 날도 올 것이라 생각한다. 그때 은혜를 갚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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