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CLC의 관점에서 생리적 변화와 병리적 문제를 구분하기
상태바
IBCLC의 관점에서 생리적 변화와 병리적 문제를 구분하기
  • 승인 2018.03.30 09: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나희

김나희

mjmedi@http://


국제인증수유상담가(International Board Certified Lactation Consultant, 이하 IBCLC)는 모유수유, 산전산후관리, 신생아 케어에 특화된 전문가 직능이다. 임신부와 신생아, 산모는 진료할 때 가장 조심스러운 환자들에 속한다는 말에 다들 공감할 것이다. 술기와 투약의 안전성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도 하고, 환자 신체의 변화가 급격한 시기이므로 대체 어디까지가 생리적 변화이고 어디서부터가 병리적 문제인지 아리송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안타깝게도 한방과 양방 모두 임상 진료에서 임산부와 신생아 생리/병리의 평가에서 혼란이 드러난다. 따라서 근거에 입각한 정확한 지도를 할 수 있는 IBCLC는 임상에서 환자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 한편 임신, 출산, 수유 시기의 여성은 다른 어떤 환자들보다도 열의에 차 있고 새로운 정보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생활습관을 교정하려 노력하는 편이다. 바로 이 때 어떤 변화는 바람직하고 어떤 변화는 별로 필요하지 않은지 구분하여 알려주면, 환자들의 삶의 질이 장기적으로 향상될 수 있다.

 

■ 안전성 이슈

대부분의 한약, 양약은 모유수유와 병행 가능하다. 수유여성이 약을 복용해야 해서 모유를 중단하고 싶다고 말하면 문헌을 확인한 뒤 안심시키고 수유를 격려하는 것이 좋다. 의서의 전통적인 임부 처방은 대체로 안전하고 산후 조리에 효과적이고 수유와 병행 가능하다. 한의사의 처방은 가능하나 일반인의 임의 처방은 허용되지 않으며, 투약 시 아기의 상태를 면밀히 주의 관찰해야 한다. 독성 약재들은 사용을 피해야 하나, 산후문 처방들에는 어차피 독성 약재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 양약 중에서도 수유를 중단해야 하는 약물은 방사성 항암제, 마약 등 극히 드물다. 상당수 의사/한의사는 젖을 끊으라는 말을 경솔하게 던지곤 한다. 예컨대 한 연구에서 수유가 가능한 간염 산모들이 수유에 실패하는 이유가 대부분 의료인들의 잘못된 조언 때문임이 드러나기도 했다.

임신 여성에 대한 침치료는 안전하고 요통, 두통, 감기, 우울감, 입덧, 가려움증 등 다양한 질환/증상에 효과적이다. 行氣 작용이 강해 임신금기혈로 여겨졌던 경혈들에 대한 자침도 유산이나 자궁수축을 일으키지 않는다. (임신부가 침을 맞아도 괜찮냐는 질문에 ‘임신부가 혈액검사, 주사나 수액을 맞을 때 바늘로 찌르지 않는가. 침은 그 니들보다 가늘다.’고 설명하면 잘 수긍한다.) 역아를 돌린다고 알려졌던 지음혈 뜸은 효과가 있다고 밝혀지지 않았으나 해롭지는 않다. 신생아 역시 예방접종, 비타민K 주사 등으로 니들링을 접하므로, 短刺로 침치료하는 것은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 영아 산통, 발달장애 등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도 이미 나와 있다.

 

■ 아기의 생리를 설명하고 안심시키기

의서에서 정상발달로 묘사한 變蒸 증상 중 上脣中心發白疱狀如魚目珠는 급성장기 때 젖을 열심히 빨아서 아기 입술에 물집이 잡힌 것을 묘사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아무리 젖을 자주 힘차게 빨더라도 바른 자세로 젖을 빨면 물집이 잡히지는 않는다. 아기가 입술을 오므리고 필요 이상의 힘을 주면서 젖을 빨 때 물집이 잡힌다. 이 때는 아기가 입을 크게 벌리고 입술이 꽃잎처럼 젖혀지게 자세를 교정해주어야 한다.)

인간의 아기는 매우 미숙하다. 3개월은 더 엄마 뱃속에 있다가 나와야 다른 포유류 신생아와 비슷한 성숙도에 이르게 된다. 그래서 생후 3개월을 임신 4기(4th trimester)라고 부르기도 한다. 또는 임신 9개월과 생후 9개월을 각각 영아 성장 1단계와 2단계로 보기도 한다. 기어다니는 생후 9개월은 되어야 갓 태어난 아기사슴과 비슷한 성숙 상태가 되기 때문이다. 건강한 만삭아라 해도 뱃속에 더 있고 싶은데 덜렁 태어나 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원래 잘 울고 엄마 품을 그리워한다. 또한 두뇌에 필요한 유당이 끊임없이 공급되어야 하기 때문에 신생아가 수유를 원할 때마다 해야 한다. 아기가 너무 많이 운다거나, 젖을 계속 찾는다는 부모의 걱정을 잘 들어보면 대부분의 경우는 정상적인 범주에 속한다. 또한 생후 3주, 6주, 3개월의 급성장기는 갑자기 젖을 계속 찾을 수 있다. 젖양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걱정하지 말고 그냥 아기가 원하는 만큼 물리면 요구량에 맞춰서 젖양이 늘어난다. (그림 참조)

건강한 모유수유아는 묽은 황금색 변을 찔끔찔끔 자주 볼 수도 있고, 모유의 성분을 거의 완벽히 흡수한 나머지 대변양이 아주 적을 수도 있다. 하루에 10번 정도 묽은 변을 보는 것부터 10일에 한 번 변을 보는 것까지 모두 정상 범주에 속한다.

 

■ 엄마의 생리를 설명하고 안심시키기

수유 여성 누구에게나 양질의 모유를 생산하는 능력이 있다. 즉, 젖이 잘 나오게 하려고 특정 음식을 먹는다든지, 아기에게 해로울까봐 특정 음식을 피하는 경우가 있는데, 그럴 필요가 거의 없다. 신선하고 가공되지 않은 제철 식품을 골고루 먹는 평범한 식단이면 충분하다. 젖이 많이 나오게 하려고 식사량을 과하게 늘리면 비만이 될 뿐이다. 임신 전과 비교해 평균적으로 하루에 500kcal 정도의 추가 간식이면 충분하다. 탈수되지 않을 정도로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으나 그렇다고 물을 억지로 많이 마실 필요도 없다.

산후 3일 정도는 소량의 초유만 나오는 것이 정상이다. 아기는 3일 정도 굶어도 버틸 수 있는 열량을 비축하고 태어나므로 이 시기에 초유를 물리면서 열심히 젖을 빨려야 유즙생성3기에 비로소 풍부한 젖 생산이 이루어진다. 모유생산에 도움이 되는 허브, 催乳 처방들도 있으나 아무리 최유방을 복용한다 해도 자주 물리지 않으면 소용없다. 수유 간격을 반드시 확인하고 신생아 시기에는 아기가 원할 때, 특히 밤에도 수유를 지속하라고 권고한다.

엄마가 아파도, 약을 먹어도 대부분의 경우는 괜찮다. 에볼라, 에이즈, 말버그 등 극히 위험한 질환 몇 가지에서만 모유수유를 중단해야 하고, 흔하게 보는 유선염, 감기, 장염, 간염 등은 모두 수유가 가능하다. 오히려 엄마의 면역 물질이 아기에게 전달되어 수유가 아기에게 더 이롭다. A형, B형, C형 간염 모두 바이러스 전염력이 높은 상태일 때나 간염 치료제를 복용하고 있을 때에도 모유수유가 가능하다.

커피는 하루 한 잔 정도는 괜찮다고 알려져 있으나 미숙아나 출생 1개월까지의 신생아는 예민해질 수 있으니 주의한다. 담배는 당연히 끊는 것이 좋으나, 흡연 양을 최소로 한 상태로 모유수유는 가능하다. 수유여성도 가끔 기분전환용으로 맥주 한 잔, 와인 한 잔 정도는 괜찮다. 수유 직후에 한 잔 마신 뒤 2-3시간 후 술기운이 가시면 다시 수유할 수 있다. 단, 가끔만 술을 마실 수 있다는 것이며, 상습적인 음주자는 수유를 중단해야 한다.

임신부와 신생아 케어를 잘 한다면 이후 그 아이가 성장하고 동생이 태어나는 과정에서도 쭉 가족 주치의와 같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게 된다. 여성의 내면적 힘을 신뢰하는 출산 및 모유수유에 대한 설명은 (이윤과 무관하게) 환자를 위해 이루어지기 때문에 환자도 의사의 진심을 느끼고 라뽀를 형성하기 쉬워진다.

출산 과정에서 근거가 빈약한 의료적 개입을 선호하고, 함부로 모유수유를 끊으라고 말하는 의료진들이 더러 있다. 한편 자연출산과 모유수유를 옹호하는 입장을 취하는 일부 ‘자칭 자연요법주의’는 일본과 한국의 각종 민간요법이나 개인의 뇌내망상 요법을 ‘짬뽕’하여 최근에 등장한 것으로, 한의학과 무관하며 전통적인 지혜와도 무관하다. 이런 의료 환경에서 한의사들이 무분별한 의료 개입, 근거 없는 자연 요법 양쪽 모두와 거리를 두고, 합리적인 자연 출산과 모유수유를 지지하는 태도를 견지하는 균형추 역할을 할 수 있길 바란다. 또한 모유수유 지원은 공공보건의 측면에서도 중요하기 때문에 한의사들이 이 활동에 참여함으로써 사회적 책무를 다한다는 좋은 이미지를 심어주게 된다.

 

김나희 / 대한모유수유한의학회 교육이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